| 
|
|
|
|
|
|
| 글쓴이 |
[re] 오군에게
|
글정보 |
등급 : 26 포인트 : 25908점   
|
| 글쓴이 |
 |
작성일 |
2014/07/03 |
조회수 |
1,963 |
오군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군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오군 노력의 결과이니 이 고민을 보람이고 소득이라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오군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겠지요.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려는 조언은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절대 공부 방식으로 고민하지 마세요.
둘째는 남의 공부 방식을 따르지 마세요.
셋째는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 따위를 믿지 마세요. 조언이 아니라 미신이고 낭설이며 심하면 독약이 됩니다.
공부 방식은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반복된 학습 훈련에 의해 저절로 몸에 익혀 집니다. 이렇게 익혀진 공부 방식을 자신의 습관으로 만드세요. 자신에게 가장 좋은 공부 비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남에게 권하려 하는 것도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오군에게만 맞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오군이 겪은 영어 읽기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 보면 자신의 영어 공부 방식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알게 됩니다. 아마 처음에는 한 문장을 읽은 후 다시 문장의 첫 머리로 돌아가 한 단어씩 짜맞추기부터 시작하였겠지요. 누구나 영어 공부를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미개한 방식이었지만 이미 모국어를 익힌 사람이 외국어를 배우려고 하면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언어권의 사람이, 예컨대 영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이 우리 말을 배우려고 할 때도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오군이 믿고 있는 영어 방식, 즉 입 속에서 혀로 읽지 않기, 눈으로 읽기를 영어를 처음 배울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여 그 방식을 구사할 수 있었겠어요? 못하지요. 역량이 안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군은 스스로 이 단계에 와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과도기라고 표현했지만 이미 이런 경지를 맛 보고 있지요. 이게 내공입니다. 억지로 만들지 못하지요. 수많은 읽기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오군이 스스로 터득하고 이루어 낸 성과이지요.
그런데 지금 오군이 목표로 하는 눈으로 읽기를 완전히 몸에 익혀 그야말로 상전벽해처럼 자신의 영어 경지가 달라지면 그것으로 영어 공부가(혹은 다른 어떤 공부이든) 완성이 되는 걸까요? 아니라는 걸 오군도 잘 알고 있겠지요. 지금 나에게 최적이라고 생각되었던 공부 방식도 내 공부의 성장과 함께 변화를 계속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발전입니다. 이런 변화가 없다면 발전이 없는 정체입니다.
물론 나도 선배들의 공부 방식을 물어 보고 다닌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게 어리석은 짓이었음을 그 선배들 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한 후에 깨닫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남의 공부 방식은 관심도 없습니다. 남의 공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을 필요도 없고 더구나 남의 공부 방식을 따라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오군이 질문을 하였으니 나의 경험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도 시험을 위해 영어를 공부했던 시간들이 엄청나지요. 그런데 그 덕분에 영어 실력이 늘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영어 실력을 늘게 한 것은 재미로, 즐거움을 위해, 영어를 읽고 듣고 그리고 글로 쓸 때였습니다. 오군도 시험공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즐거움을 위해 독서를 한다는 태도로 영어 책을 읽어 보세요. 이게 쉽지 않음은 이렇게 말하는 나도 잘 압니다만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책의 내용들을 즐기며 읽어 보세요. 즐기려고 하면 즐겨집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입안에서 글을 읽고 있는지, 아니면 눈으로만 읽는지, 속독을 하고 있는지, 눈을 돌리고 있는지, 읽으면서 영어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읽은 영어를 다시 우리 말로 옮겨서 이해하는지 등등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읽고 있는 것을 즐기느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나의 공부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영어 공부만 말한다면 첫째는 영어로 완벽한 글쓰기입니다. New York Times, Washington Post 컬럼 수준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번에 써 내는 것입니다. 이건 세계에서 영어로 가장 글을 잘 쓰는 수준이 되겠지요. 다음은 영어로 essay(전공 논문이 아닌 진짜 신변 수필)를 쓰기입니다. 이건 native English speaker들도 이르지 못할 수준이지요. 다음은 난해한 영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기입니다. 이것 역시 거의 불가능한 경지이지요. 하지만 일단 목표들입니다. 여기에 나열한 나의 목표들은 요즘의 나처럼 즐겁게 영어를 듣고 말하고 쓰고 읽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오군에게 당부합니다. 남의 공부 방식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영어를 포함하여 모든 공부 방식을 정해 놓지 마세요. 오직 즐거움을 얻는 것이 내 공부의 유일한 목표이고 공부의 방식이라고 믿으세요. 인내해야 할 고행이라고 생각했던 시험 준비는 내 청춘이 선물해 준 짜릿한 쾌락의 밀월이라고 생각하세요. 엄청나게 멀고 커 보이는 성공이 이제 비로소 만만해 보이지 않습니까?
|
|
|
|
| 
|
|
